나의 가치

2018. 1. 14. 21:51Essay

나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내가 가진 생각, 내가 하는 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무엇이 있고 그것이 얼마나 가치로운 일인지, 그래서 나는 얼마나 가치있는 사람인지를 보란듯이 내보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보란듯이 내가 얼마나 멋진 인간인지를 자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대부분은 실패다.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은, 이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는 순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현실이 아닌 가상의 장미빛 미래일 뿐이니까. 안타깝게도, 그것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나에 불과하다.


새로운 사람과 마주하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바로 지금 현재 순간까지 현실에 드러난 나. 혹은 그마저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나도 상대방을 같은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 너 같은 생각 하는 사람 많지.', '나도 그런 생각 했지.' 


항상 모든 사람들에게 나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는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경우 그럴 필요가 없다. 당장 이 자리에서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이 나에게는 별 의미가 없다. 대부분은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 만에 하나 그들이 날 우러러보고 찬양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삶과는 별 관계가 없다. 그게 보통이다. 나의 삶에 영향을 주는 가족,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들은 모자라지도, 충분하지도 않게 정확히 나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 누구에게라도 쉽게 인정받을 수 있는 그 무엇을, 때로는 실제의 나보다도 더 크게 보일 수 있는 어떤 것을 손에 쥐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누구나 대단하게 생각하는 유명한 누구라도, 따지고 보면 거품인 경우가 적지 않을텐데. 나라고 약간의 과대평가를 받으면 안될 이유가 있을까.


어쩌다 가끔, 일년에 한두번 정도 이런 생각이 드는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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