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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4. 8. 07:44Essay

친구들과 어울려 주말 내내 바쁘게 놀다 월요일을 맞이했다. 주말동안 밤낮을 섞어 돌아다니느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알람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창문은 어슴푸레 밝아졌는데 몇시인지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손을 뻗어 핸드폰을 켜보니 아직 새벽이다. 얼토당토 않게 늦게 깨는 것보다는, 이른 시간에 깨는게 훨씬 낫다. 핸드폰에는 지난 주말동안 찍은 사진들을 알아서 편집해준 알람이라던지 것들이 와있다. 아직 출근 준비를 하려면 멀었으니 천천히 사진 구경이나 해야지 하며 누운채로 사진첩을 열어본다.

 

스마트폰을 사용한지 이제 거의 7년 정도가 되어가려나. 어찌어찌한 경로로 한번 구글 계정에 자리잡은 사진들은 온갖 핑계를 대며 끊임없이 기억을 소환한다. (스마트폰을 사기도 전에 찍은 그 옛날 사진들은 도대체 왜 여기 있는걸까.) '즐거웠던 지난 주말'이나 '마포구로의 여행' 이라던지, '3년전 오늘' 같은 구질구질한 이유도 있다. 친구들과의 모임이라던지, 동기들과 떠났던 여행사진, 동네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찍었던 사진, 분명 기억해두고 싶어 캡쳐했던 사진이나 글귀들이 줄줄이 끌려온다. 나에겐 은혜와도 같았던 형님과의 기억.. 그래, 그때 이런 일이 있었지... 라던지, 아뿔싸 나는 왜 이 사람을 잊고 지냈을까...라던지, 지우고 지우고 지웠는데 왜 이 사람과 찍은 사진은 아직도 사진첩에 남아있는걸까...라던지. 

 

망각이야말로 인간에게 내려진 가잔 큰 축복이라더니. 분명 행복한 기억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소환하는 것이 달갑지는 않은 옛 애인처럼, 사진들이 자꾸만 기억에 얼쩡거린다. 나도 누군가의 추억에 이따금씩 이런 식으로 소환될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그렇게 깊이 타인의 삶에 뛰어들어 멋대로 휘젓고 나왔던 것은 도대체 무슨 무모함이었을까.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들이 오늘은 유독 무거운 짐으로 가슴에 얹힌다. 앞으로 이렇게 버거운 기억들을 얼마나 더 많이 쌓아가게 될까. 나 하나를 주워담기도 급급하며 지내왔는데, 앞으로는 언제 어디에 무엇을 얼마나 더 놓고 지나치며 살게 될까.

 

월요일 아침, 더는 미룰 수 없는 시간에 등떠밀려 무거운 마음으로 출근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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