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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엄마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친구 결혼으로 부산에서 하룻밤을 묵었는데, 다음날 아침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전날 마신 술이 채 깨지 않은채로 급하게 운전해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백수를 누린 할머니는 생전에 쌓은 덕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사를 받으며 땅에 묻혔다. 때때로 슬픔과 울음이 터져나왔고, 때때로 웃음과 장난이 오가며 그렇게 잔치처럼 저 세상으로 떠났다. 시집간 큰딸의 막내이자 장남인 나를 볼 때마다 할머니는 '왔냐' 한마디에 애정과 믿음을 담아 보냈다. 그것이 유별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는지 모르지만, 그건 아무래도 괜찮다. 살갑지는 못했지만 깊은 유대가 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해 나에게도 이어졌다. 그렇게 생각한다. 예전부터 어머니는 집안일을 하며 종종 '칠갑산'을 흥얼거렸다. 그땐 몰랐는데 ..
2018.10.21 -
국립현대미술관
2018.8.4 토요일. 국립현대미술관 우울한 날이었고 어디든 나가고 싶었다. 무슨 전시가 열리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도착했다.윤형근 전시회. 그는 자신의 작품을 '천지문'이라고 명명했다. 하늘의 색인 청색(Blue)와 땅의 색인 암갈색(Umber)을 섞어 면포나 마포 위에 그대로 내려그은 작품이다.
2018.08.05 -
나의 가치
나의 가치를 입증해 보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내가 가진 생각, 내가 하는 일,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무엇이 있고 그것이 얼마나 가치로운 일인지, 그래서 나는 얼마나 가치있는 사람인지를 보란듯이 내보이고 싶은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 보란듯이 내가 얼마나 멋진 인간인지를 자랑하고 싶을 때가 있다. 대부분은 실패다. 그런 마음이 든다는 것은, 이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는 순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직 이루어지지 못한, 현실이 아닌 가상의 장미빛 미래일 뿐이니까. 안타깝게도, 그것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가상의 나에 불과하다. 새로운 사람과 마주하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바로 지금 현재 순간까지 현실에 드러난 나. 혹은 그마저도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
2018.01.14 -
형식의 예절
경조사가 많은 주말이었다. 한 번의 결혼식과, 두 번의 장례식이 있었다. 오래 머무르지는 안았지만 잠깐이라도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고 왔다. 사회생활에 요령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장례처럼 어려운 일에는 꼭 다녀오려고 한다. 마음이 힘든 순간에 누군가 찾아와 인사를 건내고 돌아가는 것 만으로도 적잖은 위로가 된다. 굳이 어떤 위로의 말을 건내야 할지, 어떻게 내 마음을 다 전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정해진 형식을 따라 예절을 갖추는 것 만으로 충분히 위로가 된다. 나는 인간관계에 요령이 좋은 편이 아니다. 사람들을 만나고 나면 한참 후에 뒤늦게 내가 안해도 될 말을 한건 아닐지, 괜한 짓을 한건 없는지 고민에 빠지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 고민은 굳이 내 마음속에 일어나는 어떤 마음..
2017.12.17 -
서울로 2017.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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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2017.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