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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2. 눈오는 날 퇴근 후
눈이 왔다. 낮부터 눈이 펑펑 내렸다. 바로 며칠 전 퇴근길에 내린 폭설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은 서둘러 피씨를 끄고 퇴근을 했다. 덕분에 나도 미련 없이 컴퓨터를 끄고 퇴근시간에 맞춰 사무실을 나왔다. 집에 도착하니 6시다. 겨울이라 해가 짧은데도 아직 날이 다 어두워지지는 않았다. 저녁거리를 사러 집을 나서며, 카메라를 챙겼다. 오랜만이다. 카메라와 함께 집을 나서는 일은. 눈에 보이는 골목마다 카메라를 들고 들어섰다. 별것 아닌 골목길도 눈이 쌓이면 고요하고 정겨운 풍경으로 바뀐다. 며칠 전 지나가다 눈에 들어온 커피 원두가게에 들러 원두를 골랐다. 과테말라, 브라질, 케냐, 콜롬비아... 온갖 나라의 이름이 붙은 플라스틱 통에 원두가 제각기 다른 높이로 남아있다. 통이 왠지 익숙하다. 그리고 보니 ..
- 2020.07. 성수동
- [한강] I-Seoul-U
- 서교동
-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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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악과 싸우는 사람들
2012년 12월 대선의 첫번째 TV토론에서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향해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이번 대선에 출마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충성혈서를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끼 마사오, 한국 이름 박정희. 해방되자 쿠데타로 집권하고 한일협정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공중파에서 언급된 적 없었던 박정희의 일본식 이름이 등장하자 일동 당황했다. 그 대선의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와 같다. 박근혜가 당선되었고, 통합진보당은 해체되었다. 이정희가 되는 것은 쉽다. 전국민이 바라보는 티비토론에 나와 누구도 부를 수 없었던 이름을 당당하게 호명하고 정치의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은 쉬운 선택이다. 동의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 일의 보복인지 아닌지 통합진보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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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너과 함께 걷는 걸음에는 아직 이별을 겪어본 적 없는 스무살 청년이 사랑, 그 세상 무너지던 아픔도 모르면서 겁도 없이. 사랑도 겪고 이별도 겪고 모든게 그저 그랬던 끝에 희망으로 겨우 겉치레한 예의 바른 대리님의 뒤꽁무니를 졸졸졸 따라나선다 똑.똑. 너의 걸음걸이는 왜 또각대지 않고 내 귀에 똑 똑 떨어지던지 심장도 함께 똑 똑 차라리 너에겐 숨길수 있을것 같았던 방울방울 떠오르는 마음이 모든게 그저 그렇게 닳아진 세상을 사는 내 귓가를 울리는 유일한 소리 너의 걸음걸이는 똑 똑 나도 함께 똑 똑 너를 따라 똑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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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람베, 꼰대.
하람베. 1999년 태어나 2016년 미국 신시네티 동물원에서 키워지던 고릴라의 이름이다. ‘하람베’는 ‘함께 일하다’는 의미다. 하람베를 구경하려던 3살짜리 어린아이가 우리 안으로 떨어졌고, 10분 후 하람베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사살되었다. 그 10분간 하람베는 아이의 팔을 붙잡고 지켜보거나 우리 안을 끌고 다녔다. 현장의 관계자들에게는 아이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 당연한 조치다. 나중이지만 이런 행동이 고릴라가 어린 새끼를 보호할 때 보이는 행동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람베의 마음을 우리가 알 길은 없다. 갑자기 우리에 떨어진 아이를, 새끼 고릴라처럼 보호하려고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하람베에게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하람베는 오직 행동으로 자신의 진심을 증명할 수 있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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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포토
친구들과 어울려 주말 내내 바쁘게 놀다 월요일을 맞이했다. 주말동안 밤낮을 섞어 돌아다니느라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알람소리가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창문은 어슴푸레 밝아졌는데 몇시인지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손을 뻗어 핸드폰을 켜보니 아직 새벽이다. 얼토당토 않게 늦게 깨는 것보다는, 이른 시간에 깨는게 훨씬 낫다. 핸드폰에는 지난 주말동안 찍은 사진들을 알아서 편집해준 알람이라던지 것들이 와있다. 아직 출근 준비를 하려면 멀었으니 천천히 사진 구경이나 해야지 하며 누운채로 사진첩을 열어본다. 스마트폰을 사용한지 이제 거의 7년 정도가 되어가려나. 어찌어찌한 경로로 한번 구글 계정에 자리잡은 사진들은 온갖 핑계를 대며 끊임없이 기억을 소환한다. (스마트폰을 사기도 전에 찍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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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21 빅베트 쇼케이스
내가 좋아하는 밴드 빅베트 쇼케이스.